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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이 직접 AI를 만드는 나라

싱가포르 공공 AI의 진짜 성공 공식, '빌딩블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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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공공 AI의 진짜 성공 공식, '빌딩블록 전략'

한 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주말에, 라즈베리파이(손바닥만 한 8만 원짜리 컴퓨터) 위에 자신만의 AI 비서를 직접 만들어 올렸다고 합니다. 그것도 오픈소스 부품을 조립해서요.

2026년 4월,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이 한 일입니다. 그는 이 시스템을 "외교관을 위한 제2의 두뇌"라고 부르며, "이제는 꺼버릴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연설문 초안 작성, 일일 브리핑, 자료 요약, 음성 메모 받아쓰기까지 — 한 달에 12개국을 돌며 수백 명의 인사를 만나는 외교 일정을 이 작은 기계가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건 그가 이 시스템의 설계도를 숨기지 않고 GitHub에 통째로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장관이 만든 건 '조합'이지 부품 자체가 아니었고, 그 조합의 방법을 공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 한 장면에 싱가포르 공공 AI의 비밀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공무원 누구나, 15분이면 챗봇을 만든다

장관만 특별한 게 아닙니다. 싱가포르 정부에는 AIBots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내부 문서를 올리고 시스템 프롬프트를 설정하면, 15분 안에 자기 업무에 맞는 AI 챗봇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GovTech(정부기술청)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115개 기관에서 4만 명의 공무원이 1만 2천 개의 봇을 만들었고, 100만 건이 넘는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여기에 더해 Pair라는 정부 전용 생성형 AI 챗봇도 있습니다. 글쓰기, 리서치, 코딩, 번역, 요약 등에 쓰이는데, 가장 최근 정부 발표 기준 15만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일상 업무에서 Pair를 쓰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AI를 '받아서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쓰는'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

여기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림이 깨집니다. "대형 SI 업체가 정부 시스템을 통째로 구축해줬겠지" — 아닙니다.

  • AIBots는 2023년 7월 해커톤에서 공무원들이 직접 만든 시제품에서 출발해 GovTech가 제품화했습니다.
  • Pair는 정부 내부의 실험적 기술팀(Open Government Products)이 만들었습니다.
  • 외교부 장관의 AI 비서는, 보신 대로, 장관 본인이 오픈소스를 조립했습니다.

즉 애플리케이션은 외주가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솔루션 회사들은 어디에 기여했을까요? 정답은 '앱'이 아니라 그 아래 세 개의 층입니다.

솔루션 회사가 진짜 기여한 곳: 세 개의 층

1층. 기반 모델 — '지능' 그 자체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거대 언어모델(LLM)을 API로 제공한 곳들입니다.

  • Anthropic의 Claude: 외교부 장관 시스템의 핵심 두뇌입니다. 격리된 환경 안에서 에이전트로 작동하며 연설문과 브리핑을 만들어냅니다.
  • OpenAI: Pair는 ChatGPT와 유사한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장관 시스템의 음성 인식에는 OpenAI의 오픈소스 모델 Whisper가 쓰였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만들지"가 아니라 "지능 자체"를 빌려준 셈입니다.

2층. 클라우드 인프라 — 안전한 토대

  • AWS: GovTech는 AWS와 협업해 MAESTRO라는 정부 전용 AI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여러 기관이 이 위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만들었고, 핵심은 데이터를 정부 통제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서 모델을 쓸 수 있게 한 점입니다.

3층. 개발 도구 — 생산성 가속

  • GitHub Copilot: GovTech가 공공부문 개발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측정했더니, 코딩 속도가 21~28% 빨라지고 개발자의 95%가 만족도 상승을 보고했습니다. 본문의 '코딩 활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사이를 메운 것은 특정 회사가 아니라 오픈소스 커뮤니티였습니다. 에이전트를 메신저와 연결하는 틀, 노트를 지식으로 엮는 패턴, 작업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컨테이너 기술 등이 모두 공개된 부품이었습니다.

잠깐, 그 '부품'들이 뭔가요?

낯선 용어가 많으니 핵심만 짚어보겠습니다.

  • RAG(검색증강생성): AI에 내부 문서를 '참고자료'로 붙여, 모델이 모르는 우리 회사 정보를 정확히 답하게 하는 기법. AIBots의 핵심 원리입니다.
  • 지식 그래프: 단순히 문서 조각을 가져오는 RAG보다 한 단계 위로, 사실을 구조화된 형태로 저장해두고 연결해 쓰는 방식. 장관 시스템이 채택한 방법입니다.
  • 컨테이너 격리: 각 작업을 서로 못 보게 '독방'에 가두는 보안 기술. 대화 그룹마다 메모리와 세션을 따로 둬 데이터가 섞이지 않게 합니다.
  • 음성 인식(Whisper): 말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무료 모델.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내 데이터를 안전하게, 정확하게, AI에 연결한다"**는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한국 기업에 주는 진짜 교훈

싱가포르가 증명한 공식은 이것입니다.

성공한 공공 AI는 'SI가 통째로 만들어준 블랙박스'가 아니라, 현장의 사람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준 부품 + 안전한 인프라였다.

솔루션 회사의 가치는 "대신 다 만들어드립니다"가 아니라, **"여러분이 안전하게, 직접, 우리 환경에 맞게 만들 수 있게 해드립니다"**에 있었던 것이죠.

여기서 한국의 현실을 겹쳐보면 길이 보입니다. 싱가포르는 영어권이라 글로벌 모델을 비교적 쉽게 얹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 문서의 상당수가 HWP·HWPX 포맷이라, 글로벌 도구는 추출 단계에서부터 막힙니다.
  • 공공·금융·법조 데이터는 외부 클라우드로 내보낼 수 없어 온프레미스가 필수입니다.
  • 글로벌 모델은 한국어·국내 맥락에서 약점을 보여, **한국어 학습(파인튜닝)**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소버린 AI 빌딩블록'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정확한 추출 — HWP까지 빠짐없이 구조화된 데이터(JSON)로 뽑아내기
  2. 안전한 처리 —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온프레미스 지능형 문서처리(IDP)
  3. 한국어 학습 — 오픈웨이트 모델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파인튜닝

추출 → 처리 → 학습으로 이어지는 이 파이프라인이 갖춰질 때, 한국의 기관도 싱가포르처럼 **"직접 만들어 쓰는 AI 조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주말에 AI를 조립할 수 있었던 건 천재여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부품과 기준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부품입니다.


※ 본문의 수치와 사례는 싱가포르 정부기술청(GovTech) 공식 자료, UNDP 사례 보고서, 외교부 장관 본인의 공개 게시물 등 1차 출처에 근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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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Front의 소버린 AI 빌딩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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